북서지방은 타이(Thái)족, 따이(Tày)족, 므엉(Mường)족, 자오(Dao)족 등 여러 소수민족 공동체가 거주하는 곳이다. 각 민족은 저마다 독특한 설날 풍습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적 특색을 만들어 냈다.
매년 섣달 선라(Sơn La)성 뀐냐이(Quỳnh Nhai)현 캉(Kháng)족 사람들은 숲에 가서 땔감을 모으고 나뭇잎을 딴다. 라종(lá dong)은 바인쯩(bánh chưng)을 만들 때 사용하고 바나나잎은 고기를 굽거나 잔치 음식 쟁반을 준비할 때 쓴다. 음식 이외에도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담아 머리를 감는 풍습도 있다. 머리를 감을 때는 남녀가 서로 다른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섣달 그믐 하루 전에만 계곡에서 머리를 감을 수 있다. 그믐 당일에는 불가하다. 전통 신앙에 따르면 섣달 그믐은 음양과 만물이 생기는 날이기 때문에 혼(魂)이 약한 여성들이 그날 머리를 감게 되면 악귀가 들어 질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혼이 강한 남성들은 그믐에 머리를 감아도 된다. 뀐냐이(Quỳnh Nhai)현 찌엥언(Chiềng Ơn)면 캉(Kháng)족 문화에 해박한 로 티 팍 (Lò Thị Phắc)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머리를 감기 전에는 쌀뜨물을 한 대야를 준비하고 낫(nát) 나무와 소새(so se) 나무의 가지를 담근 후 그 물을 머리에 세 번 뿌려야 합니다. 물을 뿌릴 때는 불행과 질병이 계곡의 물결을 따라 떠내려 가기를 빕니다. 또 조상님들이 마을 사람들을 지켜 주고 행운이 가득한 새해를 허락해 줄 것을 기원합니다. 풍년이 들고, 물소, 황소, 곡식이 풍족하기를 기원합니다.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몽(Mông)족도 고유한 풍습을 가지고 있다. 몽(Mông)족 설 풍습 중 대표적인 것은 조상 제사와 제사상 바꾸기이다.
섣달 그믐 오후에 가주(家主)는 대나무 가지 3개에 향 3개를 묶어 집 구석에서 대문까지 빗자루질을 한다. 그리고나서 빗자루로 집안을 청소한다. 이는 나쁜 기운을 내쫓고 행복과 평안이 가득한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설맞이 풍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사상을 새로 차리는 것이다. 가주는 새 대나무 가지를 준비하고, 새 지방(紙榜)을 제사상에 붙인다. 수탉 한 마리를 잡아 목털을 떼어 지방에 붙인다. 닭고기는 정월 초하루까지 제사상에 올려놓는다. 선라(Sơn La)성 투언쩌우(Thuận Châu)현 롱해(Long Hẹ)면 꺼느(Co Nhừ) 마을 타오 쯔 찌어(Thào Chứ Chỉa)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 몽(Mông)족 사람들은 섣날 그믐 밤이 지나면 제사상을 새로 차립니다. 그래야 설 분위기 속에 일어나 좋은 일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제사상을 새로 차린 후 새벽 3시나 4시에 새해 첫 물을 길러 와 곡식과 가축이 풍족한 풍년과 장사가 잘 되는 새해를 기원합니다. 정월 초하루에는 집에서 멀리 나가지 않고 이웃집 정도만 방문합니다. 이 날에는 돈을 쓰지도 않고,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운전하지도 않습니다.
설 기간 북서지방을 방문하면 소수민족 공동체의 독특한 금기와 풍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남의 이름 부르지 않기, 돈 쓰지 않기, 채소 먹지 않기 등 금기가 있다. 정월 초하루에는 북서지방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복숭아꽃, 자두꽃, 살구꽃이 가득 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또 설 시장을 돌아보면서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소수민족 여성들로부터 파오(Pao)라는 제기 던지기 놀이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