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족의 전통적인 관념에 따르면 남성들은 자주 이동해야 한다. 때로는 밭에 가고, 때로는 커다란 악기를 연주해야 한다. 따라서 일상생활과 악기 연주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바나족은 직물로 만든 어깨 크로스백을 만들게 되었다. 과거 일상생활에서 바나족 남성들은 허리 천만 입고, 상의를 벗거나 주머니가 없는 짧은 소매의 직물 상의를 입었으며, 머리 두건을 썼다. 그러므로 담뱃대, 장신구, 반지, 팔찌 같은 일상적인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했다. 따라서 바나족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잘한 물건을 휴대할 수 있도록 크텝이라는 어깨 가방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 가방에는 담뱃대, 담배, 개인 소지품 등을 넣습니다. 제사나 축제 때는 반드시 이 가방을 착용해야 합니다. 여성은 착용하지 않고, 단지 평범한 치마와 상의, 그리고 바구니만을 사용합니다. 남성은 가방, 칼, 악기, 그리고 꽹가리를 지닙니다."
-"꽹가리와 징을 칠 때는 이 가방을 어깨에 멥니다. 징을 칠 때는 허리 천만 입기 때문에 소지품을 넣을 공간이 없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이 가방에 넣습니다."
‘크텝(K’thếp)’이라고 불리는 직물 가방을 어깨에 멘 남성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
크텝 가방을 만들기 위해 바나족 사람들은 매우 세밀하고 섬세한 자수 작업을 거친다. 가방은 정사각형으로 길이와 넓이가 약 20cm이며, 가방의 각 면에는 다양한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따라서 이 직물 가방을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가방에 수를 놓는 작업은 여성들이 맡고 있다. 자라이(Gia Lai)성 크방(Kbang)현 떠뚱(Tơ Tung)면에 사는 딘 플리(Đinh Ply) 민속예술인에 따르면 이 가방은 작고 간편하게 디자인되었으며, 문양들은 매우 정밀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손재주를 가진 여성들만이 만들 수 있다.
"떠이응우옌 고원 지역에서는 남성들이 이런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천을 짜고, 실을 염색하고 만드는 모든 과정은 여성들의 몫입니다. 색상은 주로 검정색, 빨간색, 흰색, 노란색을 사용합니다."
크텝 가방은 바깥 면과 어깨끈에 정교한 장식이 있으며, 그 장식들은 바나족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숲, 산, 강, 전통 가옥이나 무덤 등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남성들이 메는 가방은 주로 검은색 바탕에 흰색과 빨간색이 강조되어 있다. 바나족 사람들의 설명에 따르면 흰색과 빨간색은 생명력, 발전, 열정, 사랑과 희망을 상징하며, 검정색은 대지, 발아, 그리고 나무의 보호를 나타낸다. 딘 플리 민속예술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가방을 만드는 데 한 달이나 걸립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죠. 한 장의 천으로 5~6개의 가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후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추가로 장식을 하기도 합니다.”
크텝 가방을 만들기 위해 바나족 사람들은 매우 세밀하고 섬세한 자수 작업을 거친다. (사진: 민족 및 개발 신문) |
딘 플리 민속예술인은 바나족뿐만 아니라 떠이응우옌 고원 지역의 거의 모든 민족들이 옷, 바지 그리고 모자, 허리띠, 수납 가방 같은 액세서리에 다양한 문양을 장식한다고 설명했다. 민족에 따라 자수 기법은 다르지만, 동식물, 전통 건축물 등과 같은 자연적 이미지는 선명하게 표현된다.
“이것은 숲속 나무와 꽃과 같은 친근한 이미지입니다. 산과 자연, 사람과 관련된 문양이지요. 그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보고 문양을 짭니다.”
가방을 더욱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장인들은 일상생활이나 숲속에서 목격한 동물들의 이미지를 자수로 표현하기도 했다. 새 발자국, 곰 발자국, 하늘을 나는 독수리 등의 이미지도 포함될 수 있다. 모든 동물들의 모습이 바나족의 크텝 직물 가방에 자수로 표현될 수 있다.
“문양에는 숲속의 꽃과 나뭇잎과 같은 다양한 모양, 그리고 마름모, 정사각형, 동물 발자국 등이 포함됩니다. 그들은 개 발자국과 같은 문양을 자수로 짜기도 합니다. 숲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렇게 표현합니다.”
이러한 장식 문양들은 바나족의 직물 가방의 독특함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이 문양들은 자연을 본보기로 하여 제품에 독창성과 신선함을 부여하였다. 이는 바나족만의 고유한 문화적 특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