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라이족의 믿음에 따르면 사람이 죽은 뒤에도 그 영혼은 아직 어딘가에 머물며 살아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간다고 믿는다. 따라서 유족들은 매일 고인의 무덤을 찾아가 청소하고 음식을 가져다 놓으며 고인을 돌보는 관습이 있다. 이러한 관습은 일정 기간이 지나 묘비 송별 의식을 진행하면 끝난다. 이 의식에서 진흙 유령으로 분장하기 위해 사람들은 고운 진흙을 골라 온몸에 바른다. 분장이 흉하고 기괴할수록, 즉 유령과 더 흡사할수록 좋다고 여겨진다. 진흙 유령은 퍼티 의식에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로 여겨진다. 자라이(Gia Lai)성 쯔파(Chư Păh)현 이아머농(Ia Mơ Nông)면에 살고 있는 시우 토이(Siu Thỏi) 씨는 즈라이족의 전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즈라이족의 관습에 따르면, 퍼티 의식을 할 때 반드시 진흙 유령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진흙을 얼굴에 바르고 진흙 유령이 되는 것입니다.”
묘비 송별 의식 (사진: VOV5/응옥 아인) |
즈라이족은 진흙 유령을 선량한 영혼으로 여긴다. 그들은 악령으로부터 고인을 보호하거나 고인의 영혼이 마을로 돌아와 마을 공동체와 함께 축하를 나누는 의미로 여겨진다. 러 첨 흐쑤옌(Rơ Châm H’Xuyết)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퍼티 의식 동안 사람들은 진흙 유령으로 분장합니다. 진흙 유령으로 분장할 때 얼굴과 이름을 감춰야 하며, 진흙을 얼굴에 바르거나 바나나나무 줄기로 만든 가면을 사용하여 얼굴을 가립니다. 진흙 유령은 고인과 산 자를 상징합니다.”
진흙 유령 역할을 맡은 사람은 반드시 건강하고 신뢰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분장을 매우 정교하게 하여 자신을 알아볼 수 없게 해야 한다. 만약 정체가 드러나면 진흙 유령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며 귀신에게 잡혀간다고 믿는다. 자라이성 쯔파현 이아머농면 러 참 하(Rơ Châm Hà) 씨는 즈라이족 전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흙 유령은 묘비 송별 의식에만 등장하며 평소에는 볼 수 없습니다. 진흙 유령 역할은 남자만 맡을 수 있으며 여자는 할 수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진흙 유령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의식을 주관하는 사람의 요청과 선택에 따라 결정됩니다. 과거에는 진흙 유령 역할을 맡은 사람이 여러 가지 금기를 지켜야 했습니다. 보통 진흙 유령은 아내를 잃은 남자나 미혼 남자가 맡았습니다.”
진흙 유령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존경받는 존재로 분장이 끝난 뒤에는 꽁찌엥(cồng chiêng)이라는 전통 꽹과리 연주단의 환영을 받으며 무덤 구역까지 이동한다.
즈라이족은 진흙 유령을 선량한 영혼으로 여긴다. (사진: 응옥 아인) |
무덤 구역에서 진흙 유령 역할을 마친 후 이들은 현실의 삶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며,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아머농면 여성협회 흐우옌 니에(H’ Uyên Niê)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브람은 퍼티 의식에서만 나타나며 평소에는 없습니다. 브람은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상징하며, 그들이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고 축제를 즐기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날 이후로는 고인의 무덤에 음식을 가져다 놓지 않습니다. 브람은 실제 사람이지만 영혼으로 분장하여 고인이 된 친족들과 마지막으로 교류하고, 무덤 주변을 돌며 가족 및 친척들과 인사합니다. 이는 고인이 저승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작별의 순간입니다.”
즈라이족은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여전히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퍼티 의식에서 진흙 유령으로 분장하는 것은 산 자들이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 의식을 통해 산 자들은 고인의 영혼이 자신들과 마을을 보호하고 건강과 평화를 가져다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