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로족의 사양바 벼신 제사는 매년 음력 3월 15일부터 30일 사이에 열리며, 신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다. 이중에서 벼신은 농업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신으로 여겨진다.
(남성) “벼신 제사는 수확기 후에 열리며 조상님들께 이를 알리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입니다. 벼는 하늘의 보석입니다.”
(여성) “쩌로족은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쩌로족에게 있어 벼신은 가장 숭배되고 존중하는 신입니다.”
제사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 준비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동나이성 빈끄우(Vĩnh Cửu)현 푸리(Phú Lý)면 쩌로족 공동체의 신뢰받는 인물 중 하나인 응우옌 반 비엔(Nguyễn Văn Biên) 씨에 따르면 벼신 제사는 쩌로족 사람들이 벼 수확 단계부터 제사용품 준비까지 철저히 준비하는 행사다.
“한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여러 요소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쩌로족의 특산 요리인 고기구이, 대나무통 밥, 산채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중에 가장 공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전통술 제조 작업입니다.”
쩌로족의 사양바 벼신 제사 (사진: 도 꾸엔/VOV4) |
벼신 제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네우(Nêu) 나무를 세우는 의식이다. 쩌로족의 전통 관념에 따르면 네우 제례용 나무는 하늘과 소통하는 나무로 인간과 신들 간의 연결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네우 나무가 없으면 그들의 소원과 기도가 신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동나이성 빈끄우현 푸리면에 사는 후인 꽁 자인(Huỳnh Công Danh)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벼신 제사는 상당히 정교합니다. 네우 나무는 햇빛, 비와 수확을 상징하며, 흰색과 검은색으로 칠을 합니다.”
쩌로족의 네우 나무는 방응에(Vàng Nghệ) 나무로 만든다. 이 나무는 숲에서 자라며, 줄기가 곧고 직선적이며, 겉 껍질을 벗겨내면 노란색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네우 제례용 나무에 장식하는 물건들은 짝수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풍요와 원만함을 상징한다. 쩌로족 전통에 따르면 네우 나무는 마을 원로가 신들을 초청하는 의식을 올린 후 신들이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머무는 장소로 여겨진다.
네우 나무의 꼭대기에는 큰 벼 이삭 모양이 있으며, 나무 주변에는 바람까마귀의 깃털과 닭 깃털로 장식한다. 이는 힘, 지혜, 그리고 마을의 풍요로움과 평화를 상징한다. 네우 나무의 밑동에는 제물인 닭과 돼지, 그리고 술 항아리를 묶는 장소가 있다. 이에 대해 후인 꽁 자인(Huỳnh Công Danh)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벼 이삭은 위쪽에 높이 매달고, 술 항아리를 밑에 놓아 마치 계단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는 벼신이 내려와, 마을 사람들에게 풍작과 번영을 가져다주길 기원하는 것입니다.”
네우 나무 옆에는 신들에게 바칠 제물을 놓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도 꾸엔/VOV4) |
쩌로족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동물은 돼지와 닭이다. 이는 자연 및 산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응우옌 반 비엔(Nguyễn Văn Biên)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돼지는 반드시 멧돼지여야 하고, 아무 돼지나 사 와서는 안 됩니다. 돼지는 약 10~15kg 정도 크기로 반드시 살아 있어야 합니다.”
네우 나무 옆에는 신들에게 바칠 제물을 놓는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이에 대해 후인 꽁 자인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단에는 세 그릇의 밥을 올립니다. 밥그릇에는 구운 고기 몇 조각과 젓가락 두 개, 그리고 제사용 떡을 올립니다. 제사 중에는 쩌로족 고유의 침향을 태우는데 그 향이 매우 향긋합니다.”
네우 나무 설치가 완료되고 제물 준비가 끝나면 쩌로족은 벼신 제사를 본격적으로 거행한다. 먼저, 쩌로족은 논밭으로 나가 벼의 혼을 마을로 모셔오는 행렬을 조직한다. 이 의식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40세 이상의 기혼 여성이다. 이는 쩌로족이 모계 사회이며 모든 중요한 결정을 여성이 맡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사 당일의 제사주는 남성이 맡는다.
벼의 혼을 마을로 모셔오는 행렬을 맞이하며 쩌로족은 활기차고 웅장한 꽁찌엥 전통 악기 합주 소리로 환영한다. 이는 벼신이 마을로 돌아오는 중요한 순간을 알리는 신호다. 제사가 시작되면 제사주는 조상과 신들에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올리며, 마을 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동안 조상과 신들의 가호로 마을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한 해를 보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신들의 가호가 계속 이어지길 기원한다. 의례가 끝난 뒤에는 축제가 이어진다. 쩌로족은 네우 나무의 밑동에 모여 활기찬 꽁찌엥 소리와 함께 대나무 악기 및 입으로 부는 악기 연주를 즐긴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전통 춤을 추며, 네우 나무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여성) “저는 후손들이 조상들의 전통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자녀들에게 어디에 있든, 먼 곳에서 일을 하더라도 제삿날에는 반드시 마을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라고 말합니다.”
벼신 제사는 쩌로족 공동체에게 커다란 정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축제는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상징하며 자민족 문화를 보존하는 중요한 행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