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하고, 다채로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베트남! 베트남의 거리마다 깃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시간,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이 시간 함께할 베트남 역사와 문화에 푹 빠진 한국인, 염경민입니다.
홍응옥: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경민 씨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드릴 ‘설명봇’, 베트남 MZ 기자 홍응옥입니다.
경민: 네 청취자 여러분, 그동안 하노이시 구시가지의 직업 거리들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거리 이름들을 통해 베트남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 보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오늘은 하노이 36거리 중 또 다른 거리인 항저이(Hàng Giấy) 거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항저이 거리는 길이 219m, 폭 12m로, 항더우(Hàng Đậu) 거리에서 동쑤언(Đồng Xuân)-항코아이(Hàng Khoai) 거리 사거리까지 기차 고가 아래를 가로질러 이어집니다.
홍응옥: 항저이 거리는 원래 옛 탕롱 황성의 북동쪽 모퉁이에서 내려오던 제방 도로였습니다. 길 동쪽은 후옌티엔(Huyền Thiên) 마을 땅이었고, 서쪽은 떤카이(Tân Khai) 마을 땅이었죠. 예전에는 터쓰엉(Thọ Xương) 현의 동쑤언(Đồng Xuân) 총에 속했던 지역입니다. 항저이라는 이름은 이 거리가 예전에 종이를 팔던 곳이었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브어이(Bưởi) 마을과 꼿(Cót) 마을에서 만든 다양한 종이들과, 중국에서 수입된 비단, 백지 등을 팔았다고 합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는 프랑스인들이 이 거리를 'rue du Papier', 즉 ‘종이 거리’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 1945년에 다시 베트남어 이름인 항저이 거리를 되찾았고, 지금까지 이 이름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프랑스 식민 통치 초기에는 항저이 거리가 하노이 남성들의 ‘유흥 중심지’로도 알려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거리에는 ‘꼬 더우 항저이(cô đầu Hàng Giấy)’라고 불리는 가무극 극장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죠.
경민: 항저이 거리의 독특한 점은 바로 ‘검꺼우(Gầm Cầu, 다리밑) 거리와 만나는 지점에 철도 다리가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이 다리는 멀지 않은 롱비엔 역으로 향하는 철도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1946년 겨울, 베트남의 전국적인 항전이 시작되던 초기에 항저이 거리는 영웅적인 격전지였습니다. 당시 베트남 군은 화남 호텔(현재는 '뚜오이 터(Tuổi Thơ)' 유치원)에 주둔하며 그 옆을 지나던 적군 열차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프랑스군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하고 대포를 쏘며 이 건물을 공격했지만, 베트남 전사들은 모든 공격을 물리치고 1947년 2월 14일까지 그 위치를 사수했습니다. 프랑스의 임시 점령기(1948-1954)에는 파괴되었던 지역들이 재건축되었습니다. 당시 집들의 앞면에는 유명한 상점의 간판 이름이 입체적으로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차 항저이 거리는 잡화를 판매하는 거리로 변모했습니다. 하지만 58번지에 위치한 익끼(Ích Ký) 서점만은 옛 업종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익끼 서점은 종이와 서양 서적을 팔면서 인쇄소와 출판사를 운영했고, 고전 소설들을 대중에게 널리 보급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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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응옥: 네, 현재 하노이 36거리 중에서도 항저이 거리는 구시가지의 주요 축에 위치하고 동쑤언 시장과 인접해 있어 매우 활기 넘치는 거리로 꼽힙니다. 지금은 은행 지점과 패션 의류 매장들이 많이 들어서 있고요. 예전에는 종이를 팔았지만, 지금은 ‘바인 더우 싸인’(bánh đậu xanh)이라는 전통 녹두 과자와, 신발, 백팩, 서류 가방, 핸드백, 지갑, 휴대폰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기찻길 교각 아래에는 육포, 바인미, 분(쌀국수) 등 서민적인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는 베트남 전통 수제 종이인 조(Dó) 종이를 파는 몇몇 상점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저희 프로그램 다른 코너에서도 조 종이에 대해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아직 잘 모르시는 청취자분들이 많으신데요, 경민 씨가 조 종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경민: 네 조 종이는 베트남에서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수제 종이로, 글쓰기, 그림, 그리고 정신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조이 종이는 주재료인 조 나무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이 종이를 만드는 주재료는 바로 조 나무 껍질입니다. 껍질을 채취한 후에는 물에 담그고, 두드리고, 찧어서 펄프로 만듭니다. 여기에 모(mo) 나무 수액을 섞어 접착력을 높이죠. 조 종이의 생산 과정은 매우 정교하며 전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장의 종이를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덕분에 조 종이는 매우 튼튼하고 질기며 가볍습니다. 보존만 잘하면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습니다. 또한, 먹물이 번지지 않아 서예나 그림을 그리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특히, 조 종이는 자연스러운 아이보리색이나 크림색을 띠며, 은은한 약초 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홍응옥: 만약 서예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항저이 거리에서 서예 용지, 붓, 먹 등을 찾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명절에 항저이 거리를 방문하시면 거리 전체가 등불, 대련, 폭죽, 장식용 꽃들의 찬란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는 장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의 활기차고 전통적인 분위기는 항저이 거리를 사진 촬영, 설날 쇼핑, 그리고 하노이의 옛 설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로 만듭니다.
경민: 네 오늘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코너가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 정보가 아름다운 베트남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베트남을 알아가는 여정에서 특정 지명이나 거리 이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VOV5 한국어 프로그램의 웹사이트나 팬페이지에 댓글을 남겨 주세요. 또는 이메일 vov5.korea@gmail.com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홍응옥: 청취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방송에서 다시 만나요!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