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응옥: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경민 씨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드릴 ‘설명봇’, 베트남 MZ 기자 홍응옥입니다.

경민: 홍응옥 씨, 저번에 제 친구가 하노이 여행 중에 우연히 정말 아름다운 거리에 들렀는데, 그 거리의 벽들이 전부 아주 섬세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일정에 없었던 곳이라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했고, 너무 인상 깊어서 저희가 소개해 주면 좋겠다고 하던데 혹시 아는 곳 있으세요?

홍응옥: 아, 경민 씨 친구분이 말씀하신 곳은 아마 풍흥 벽화 거리일 거예요. 이곳은 하노이의 아주 특별한 거리인데요, 베트남과 한국의 협력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고, 저희가 지금 알아보고 있는 하노이 구시가지 안에 있는 곳이기도 해요. 그럼 오늘은 풍흥 거리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요?

경민: 네, 제가 알기로는 풍흥 거리는 약 1.25km 길이로, 통합된 호안끼엠동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하노이 구시가지의 경계 부분이면서, 옛 탕롱 도성의 동쪽 성벽과 방어 해자 같은 고대 유적과도 연결되어 있는 곳입니다.

홍응옥: 최근 소개해 드린 거리 이름들과는 다르게, 풍흥 거리는 베트남 역사 속 실존 인물인 영웅 풍 흥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이전 방송에서 중국의 베트남 지배 시기 베트남 영웅들의 이름을 딴 여러 거리들을 소개해 드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풍흥 또한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영웅 중 한 분입니다. 풍 흥(馮興)은 정확한 생몰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보 까이 다이 브엉(Bố Cái Đại Vương, 布盖大王)이라는 존칭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베트남 역사에서 세 번째 중국의 베트남 지배 시기(602년~905년), 서기 791년에 중국 당나라의 안남(An Nam, 安南) 지배에 맞서 봉기를 이끈 지도자입니다. 그는 하노이 속선(Sóc Sơn) 지역에 위치한 드엉럼(Đường Lâm) 마을의 부유하고 명망 있는 호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서기 791년경, 풍 흥은 그의 형제인 풍 하이(Phùng Hải)와 함께 자오쩌우(Giao Châu, 交州) 지역에서 당나라의 지배에 저항하는 봉기를 주도했습니다. 권력을 장악한 후, 풍 흥은 스스로를 ‘보 까이 다이 브엉’이라 칭했습니다. 베트남 문화에서 그는 살아생전 용맹하고 자비로운 왕이자 총사령관이었으며, 사후에도 여전히 백성과 나라를 지켜주는 ‘왕신(王神)’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경민: 네, 앞서 홍응옥 씨가 풍흥 영웅에 대해 소개해 드렸으니, 이어서 저는 이 영웅의 이름을 딴 거리의 역사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응우옌 왕조 시대(19세기 말)에 이곳은 탕롱 황성의 동쪽 방어 해자였으며, 고대 성벽의 위치와도 일치했습니다. 이후 하노이를 점령한 프랑스인들은 1896년부터 1897년까지 건축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자를 메우고 성벽을 허물었습니다. 그 위에 롱비엔(Long Biên) 다리까지 이어지는 철도 경사로와 긴 거리를 건설했는데, 이것이 바로 훗날의 ‘불바르 앙리 도를레앙’(Boulvard Henri d’Orléans), 즉 현재의 풍흥 거리입니다. 192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풍흥 거리 양쪽 끝의 짧은 구간을 중심으로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풍흥 거리에는 아름다운 빌라와 임대 주택, 그리고 활발한 상업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풍흥 거리는 하노이와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철도 노선으로 자리잡았고, 도시의 변화와 발전을 직접 목격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풍흥 거리는 시립 장례식장과 같은 중요한 장소와도 관련이 깊으며, 과거 인도차이나 민주 전선 시기에는 ‘띤뜩(Tin tức, 소식)’ 신문사의 본부이기도 했습니다.

홍응옥: 오늘날 풍흥 거리는 하노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낡은 아치형 다리를 가로지르고 기찻길과 나란히 뻗어 있으며, 고풍스러운 프랑스풍 가옥들이 어우러져 예술, 역사, 도시 생활이 한데 어우러진 마치 ‘야외 박물관’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일요일이나 명절에는 이 거리에서 전통 민속놀이, 서예, 그림 전시회 등이 열리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도 맛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경민: 기차 선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특히 한국의 ‘풍향고’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로 베트남에서의 기차 여행과 기차 구경이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풍흥 거리에 오시면 여러분도 직접 이 흥미로운 경험을 해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거리에는 가정용품 상점과 야간 식당들이 있어 하노이 구시가지의 활기찬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방송 초반에 응옥 씨가 이 거리에서 베트남과 한국의 협력 흔적을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말씀하신 건지 궁금하네요.

홍응옥: 네, 제가 말한 협력의 흔적은 바로 이 거리의 상징이 된 벽화들입니다. 롱비엔 다리 아래 아치형 교각의 공간을 활용해 다채로운 거리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 도시 공간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것을 목표로, 2018년 초 호안끼엠군 인민위원회, 한국국제교류재단(KF), 유엔 인간정주계획(UN-Habitat)이 풍흥 벽화 거리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베트남과 한국 예술가들이 참여했으며, 벽화들은 옛 하노이의 독특한 생활 모습과 문화를 재현하는 것을 주된 주제로 삼아 관람객들을 과거의 하노이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합니다.

경민: 네, 하노이에서 지내다 보니 풍흥 벽화 거리에 대해 저도 조금 알게 되었는데요. 개장 이후 풍흥 벽화 거리는 빠르게 유명한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현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하노이 옛거리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과 현대 예술의 창의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벽화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사진을 찍고 산책하며 향수에 젖어 듭니다. 번잡한 도시 한가운데서도 느리고 평화로운 삶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죠. 풍흥 거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동적인 지역 문화 공간으로 변모했습니다. 수도 해방 70주년을 기념하는 ‘하노이의 추억 - 70년’ 전시 프로그램, ‘도시와 추억’ 전시회, ‘하노이의 가을빛’ 패션쇼, 그리고 다양한 전통 중추절 행사 등 문화 행사, 전시회, 예술 공연이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됩니다.

홍응옥: 네, 이 거리는 과거와 현재, 예술과 공동체, 그리고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동시에, 도시 문화 관광의 상징적인 발자취를 남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쉽지만 오늘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코너가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 정보가 아름다운 베트남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베트남을 알아가는 여정에서 특정 지명이나 거리 이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VOV5 한국어 프로그램의 웹사이트나 팬페이지에 댓글을 남겨 주세요. 또는 이메일 vov5.korea@gmail.com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민: 청취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방송에서 다시 만나요!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