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하고, 다채로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베트남! 베트남의 거리마다 깃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시간, ‘베트남 거리거리 알아보기’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이 시간 함께할 베트남 역사와 문화에 푹 빠진 한국인, 염경민입니다.
홍응옥: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과 경민 씨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드릴 ‘설명봇’, 베트남 MZ 기자 홍응옥입니다.
경민: 네 청취자 여러분, 하노이 36거리 탐방 여정을 계속 이어가, 오늘은 오랜 아름다움을 간직한, 하노이 설날 꽃 시장으로도 유명한 거리, 바로 항르억(Hàng Lược) 거리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홍응옥: 264미터 길이의 항르억 거리는 항꼿(Hàng Cót) 거리와의 교차점에서 시작해 항마(Hàng Mã), 짜까(Chả Cá), 투옥박(Thuốc Bắc)의 오거리에서 끝나는 호안끼엠(Hoàn Kiếm)군 항마동에 위치하며, 호안끼엠 호수에서 북서쪽으로 약 80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현재 이 거리는 하노이 중심부 주말 보행자 거리에 속하며, 주변의 여러 거리와 관광지로 쉽게 연결됩니다.
경민: 후 레(Hậu Lê, 後黎) 왕조 시대부터 이곳은 베트남어로 르억(Lược) 즉 빗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가구가 모여 살았기에 항르억 거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거리는 과거 하노이의 토쓰엉(Thọ Xương)현 허우푹(Hậu Phúc)총(이후 동쑤언(Đồng Xuân)총으로 변경)에 속했던 푸뜨(Phủ Từ) 마을과 빈쭈(Vĩnh Trù) 마을 땅 위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과거 또릭(Tô Lịch)강은 강 어귀(현재 쩌가오(Chợ Gạo) 거리)에서 시작하여 응오각(Ngõ Gạch) 거리를 따라 항까(Hàng Cá) 거리까지 흐르다 서북쪽으로 꺾여 하노이 성벽 바로 옆까지 이어져 방어군의 천연 해자 역할을 했습니다. 19세기 말, 프랑스 식민지 정부는 또릭강 상류를 매립하고 성벽을 허물어 프랑스인 거주 지역을 건설하고 하노이의 기존 거리를 확장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이 거리는 ‘또릭 강 거리(Rue de Rivière To Lich)’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곳의 많은 상점들은 점차 상례 관련 서비스업으로 전환했고, 몇몇 가구만이 빗을 계속 판매했습니다. 1945년부터 옛 이름인 항르억으로 다시 불리게 되었습니다.
동쑤언 시장이 확장되고 주변의 작은 시장들이 한곳으로 통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장 주변으로 모여들어 생계를 유지했고, 점차 항르억, 항코아이(Hàng Khoai), 항마 거리는 번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외국인 거주자들은 1890년부터 옛 강이 굽어지는 곳 근처에 알 누르 모스크(Al Nour Mosquée)라는 사원을 지었습니다. 이 사원은 현재 항르억 거리 12번지에 있으며, 과거에는 ‘떠이덴(Tây Đen) 사원’이라고 불렀고, 1919년 프랑스 우편엽서에는 ‘인도 사원’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912년부터 프랑스 항전 초기 몇 년을 제외하고, 항르억 거리는 매년 하노이의 설날 꽃 시장이 열리는 장소였습니다.
홍응옥: 네, 그러면 잠시 하노이 항르억 거리의 전통 빗 제작 기술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이 기술은 약 400년 전에 하노이 트엉띤(Thường Tín) 지역의 투이응 공예 마을에서 유래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어린 목재와 용안나무(gỗ nhãn)를 재료로 사용했지만, 이후 마을 사람들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윤기가 흐르며 미적 감각이 뛰어난 물소와 소의 뿔로 재료를 바꾸었습니다. 레 왕조 시대부터 항르억 거리에는 빗을 만드는 가구가 많이 모여 이 거리는 수도 하노이의 전통 빗 기술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빗은 매우 섬세한 여러 단계를 거쳐 수공예로 제작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생산 단계가 기계화(톱 기계, 유압 프레스, 연마기)되었지만,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여전히 장인의 숙련된 솜씨와 창의성입니다. 투이응 뿔 빗 제품은 베트남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유럽 국가로 수출되어 전통 공예 마을의 지속적인 생명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경민: 방송 시작 때 소개해 드린 것처럼, 오늘날 항르억 거리는 하노이의 유명한 설날 꽃 시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항르억 꽃 시장은 20세기 초에 형성되어 하노이 구시가지에서 가장 오래된 설날 꽃 시장입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시장은 꽃과 관상수를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장식품과 골동품을 판매하며 옛 하노이 시민들의 설날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홍응옥: 네 오늘날 항르억 꽃 시장은 항르억, 항코아이, 항르어이 그리고 항마 거리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원래 이 거리들은 설 장식품을 판매하던 곳이었는데요, 설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화려한 꽃 시장, 이른바 ‘꽃 거리’로 변신합니다. 하노이 시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사로잡는 곳이죠. 해당 꽃 시장은 매년 조왕신 승천일인 음력 12월 23일부터 섣달 그믐까지, 딱 한 번 열립니다. 특히 섣달 28일부터 30일 사이에는 인산인해를 이루는데요. 이곳에서는 복숭아 꽃, 금귤, 글라디올러스, 백합, 거베라 등 다양한 꽃과 아름다운 분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설맞이 춘련, 종이 등불, 찹쌀떡 인형 ‘또해’(tò he)와 같은 전통 장식품들도 판매하고 있어, 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설을 앞두고 하노이 구시가지에 오실 기회가 있다면, 항르억 거리에 꼭 한번 방문하셔서 베트남의 설 분위기를 물씬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 곳에서 베트남 특유의 따뜻하고 정겨운 설 풍경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경민: 설 대목이 아닐 때 항르억 거리를 방문하시면 전통 빗을 파는 가게들을 찾아보시거나, 이 고풍스러운 거리에서 베트남 음식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항르억 거리에는 분짜(bún chả), 분리에우(bún riêu), 쌀국수, 해산물, 응안 짜이 또이(ngan cháy tỏi, 마늘 볶음 오리) 등 다양한 베트남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홍응옥: 네, 아쉽게도 벌써 오늘 코너를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베트남을 알아가는 여정에서 특정 지명이나 거리 이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희 VOV5 한국어 프로그램의 웹사이트나 팬페이지에 댓글을 남겨 주세요. 또는 이메일 vov5.korea@gmail.com으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민: 청취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방송에서 다시 만나요!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