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마감시한인 10월 31일까지 EU와 브렉시트 재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EU가 제시하는 이혼청구서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인 국경장벽이 세워지는 것을 막도록 영국이 보장하는 이른바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EU는 존슨 총리의 협박에 굴복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EU 관계자들은 백스톱 조항은 '분명히' 영국이 방안을 찾아내 EU에 제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보도에 따르면 존슨은 강대강 충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유럽정상들과 큰 충돌을 빚지는 않고 있다. 브렉시트 협상이 좀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와중에도 이날 도날드 투스크 유럽정상회의 의장과 화기애애한 회담을 했다. 한 EU 고위 외교관계자는 회담이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면서 브렉시트가 대화시간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390억파운드 이혼위자료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존슨은 비록 결과가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협상 타결 가능성이 "개선됐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그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EU를 압박하는 카드로 이혼 부담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월31일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이 390억파운드라는 막대한 이혼 부담금을 내야 할 의무 역시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ITV와 인터뷰에서 "영국이 어떤 협정도 없이 (EU에서) 빠져나오게 되면 390억파운드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더 이상 빚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의 우선순위에 투입돼야 할 (재정)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면서 이혼부담금은 영국 경제에 투입돼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존슨은 "이는 협박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존슨은 10월 31일 마감시한이 되면 영국은 협정 유무에 관계없이 EU를 탈퇴한다고 확인했다. 부담금 390억파운드에는 영국이 내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납부하지 않은 EU 분담금, 브렉시트 이전에 퇴직한 EU 직원들의 연금 등이 포함돼 있다. 존슨은 이같은 채무성격의 돈도 내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이다. 한 EU 관계자는 "분담금 납부는 영국의 의무"라면서 "어떤 상황에서건 이는 지켜져야 하며, 영국이 탈퇴하는 시점에 청구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의 이혼위자료 지급 불가 협박에도 불구하고 EU의 태도는 완강해보인다.
아일랜드 백스톱 문제는 온전히 영국이 해결해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한 EU 고위 외교 관계자는 "이는 온전히, 그리고 명백히 영국의 몫"이라면서 "영국은 그동안 언론에 자신들이 새로운 구상을 갖고 있고, 결국에는 방안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아직까지 드러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존슨이 투스크와 회담에서 노딜 브렉시트는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첫번째로 꼽았다면서 협의가 추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달 유엔 일반총회에서 존슨 총리와 투스크 의장이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FT는 노딜 브렉시트와 관련해 존슨이 조기총선을 치르고, 의회 권한도 제한할 것이라는 의혹을 총리실에서 부인했다고 전했다. 총리실 내부 관계자는 여론 조사 결과 조기총선 지지여론이 낮아 2016년 국민투표를 토대로 브렉시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면서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9월중 의회권한을 정지할 것이란 소문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뉴스출처: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