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이크를 빌려드립니다
대학교 전공 수업 중에
진동이 울렸다.
보통 수업 중에 통역전화가 울리면
받지 않곤 했지만, 그 날따라 유독 그 통화가
더욱 다급해 보여 나는 부리나케 화장실로 다녀갔다.
아니나 다를까, 병원 응급실 간호사였다.
구체적인 영문은 알 수 없었으나,
공장에서 베트남 근로자가 사고를 당해
현재 전신마비 상태였다.
당장 수술을 해야하고, 환자에게 고지해야할 정보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보호자도 없었고 한국어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수도 없이 많은 의학 용어들이 쏟아졌고,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전화를 들으면서, 사전을 찾으면서, 종이에 적으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그 환자의 귀에 내 목소리가 전해졌고,
환자는 겨우겨우 소리를 내며 이해한다는 사인을 보냈다.
나도 응급실 전화는 항상 두렵다.
이러한 초응급상황에서 나의 통역이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전해야할 말은 다 전했고,
당장 수술에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전화가 끊겼다.
전화가 끊긴 후, 사실 내가 이 전화를 다시 받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 로테이션으로 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전화를 받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일 후 나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간호사의 목소리만 듣고도 단번에 알아챘다.
그리고는 바로 물었다,
“환자 분 수술 잘 됐나요?”
[DA VU]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고, 잘 회복중이시라고 했지만
서로 소통이 안되어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머리 속엔 홀로 외롭게 또 힘겹게 싸워나가고 계실
이 환자분이 떠오르며 마음이 아팠다.
나는 개인 번호를 주면 안된다는 규정도 어기며
간호사에게 내 카톡을 넘겨주었고,
간호사가 부탁하는 글자들을 일일이 종이에 적어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식사”, “주사”, “약” 등등.
가장 중요했던 세 가지.
이 세 가지 조차도 쉽게 소통할 수 없었던
환자와 병원.
간호사는 내가 적은 글자를 그대로 따라적어
매일 같이 그 종이를 들고다니며
환자에게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은 직접 간호사분께 말해
내가 말동무가 되어드리곤 했다.
고향이 어디신지,
한국생활은 어땠는지,
한국음식은 어떤지.
보호자도 친구도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혼자 외국인, 아무도 내 말을 못알아듣는 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얼마나 무섭고 외로울지.
그 고통이 느껴졌다.
그렇게 2-3일에 한번씩은 매일 같이 안부를 묻고,
간호사분에게 도움을 드렸다.
3주가 지나 걸려온 간호사 분의 전화,
전화를 받으니, 환자분이었다.
오늘 퇴원한다는 소식.
내가 없었으면 자기는 절대 이겨내지 못했을 거라고.
내가 여기 있는 동안 자신의 친구가 되어주고 고맙다고.
덕분에 잘 치료받고, 잘 퇴원해서 집에 돌아간다고.
잊지 않을거라고 하셨다.
지금은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지만,
내 마음 속에 그 분이 여전히 기억되고 있듯이,
그 분의 마음 속에도 내가 여전히 기억되길 바라며.
l 마이크를 빌려드립니다에서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방송을 통해 전하고 싶다면, 뚜언 전이 여러분들에게 기꺼이 마이크를 내드립니다!!
<오늘의 선곡>
· Lạnh Từ Trong Tim – Quang Vinh, Mr.Siro
· Cả Một Trời Thương Nhớ - Hồ Ngọc Hà
· Dạ Vũ – Uyên Linh
· Có Người – Vũ Cát Tường
· Ai Rồi Cũng sẽ khác – Hà Nhi
<청취자 소통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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