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쫀 동근 현악기, 빠지족 문화의 혼과 뿌리

빠지족은 ‘검은 따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라오까이(Lào Cai)성 므엉크엉(Mường Khương) 현의 산간 지역에 거주하며 인구는 약 2,000명이다. 빠지족은 마음속의 모든 감정과 생각은 단쫀의 소리를 통해 전한다. 때로는 부드럽고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며, 때로는 애절하고 깊은 울림을 담고 있다. 므엉크엉현 루 신 랜(Lù Sìn Lèn) 민속 예능인은 단쫀이 빠지족의 모든 축제나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악기라고 말했다.

“빠지족은 단쫀과 함께 살아갑니다. 어디를 가든지 청년들 특히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 바로 이 동근 현악기와 노래입니다.”

빠지족은 마음속의 모든 감정과 생각은 단쫀의 소리를 통해 전한다. (사진: 라오까이성 신문)

빠지족의 단쫀은 따이족의 현악기 단띤(đàn tính)과 비슷하지만 몸통은 더 크고 손잡이는 짧으며 줄은 2줄이 아닌 4줄로 구성되어 있다. 눙(Nùng)족이나 하니(Hà Nhì)족도 비슷한 악기를 가지고 있지만 빠지족의 단쫀은 외형 장식에 특히 많은 공을 들인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각되고 채색된 문양이 특징이다. 므엉크엉현 뚱쭝포(Tung Chung Phố)면 짱 방 민(Tráng Vảng Mìn) 민속 예능인은 이 악기의 머리 부분은 용의 머리를 형상화한 것이며, 이는 생명의 힘과 행복 그리고 번영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 악기의 문양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빠지족 고유의 무늬 중에서도 용 머리 형상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는 우리의 민요와 조화를 이루고 빠지족의 감미롭고 유려한 선율을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민요와 단쫀 소리의 조화는 빠지족 문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이다. 이 악기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연주할 수 있지만 반드시 두 명 이상이 함께해야 한다. 한 명은 노래하고 다른 한 명은 단쫀을 연주하거나 서로 노래로 주고받는다. 노랫소리와 악기 소리는 서로 어우러져 부드럽고 감미롭게 울리며,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뻐 사오 민(Pờ Sảo Mìn) 민속 예능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설이나 명절이 되면 반드시 단쫀을 사용해야 합니다. 한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서로 노래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혼자서는 제대로 부르기 어렵습니다. 혼자 부르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거든요.”

거의 모든 빠지족 가정에는 단쫀이 한 대씩 있다. 연령대에 따라 단쫀의 연주 방식과 어울리는 민요의 선율도 다르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는 자장가를 부르고 조금 자라면 동요를 부르며 성인이 되면 사랑 노래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단쫀은 넓은 공간에서는 어울리지 않으며, 연주자와 노래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워야 한다. 또한 장례나 병중과 같은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절대 단쫀을 연주하지 않는다.

사회 발전과 더불어 빠지족의 단쫀 연주 방식도 표현과 접근 그리고 확산 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단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므엉크엉 시골 마을 출신 뻐 찐 진(Pờ Chin Dín) 민속 예능인은 15세부터 단쫀과 함께 삶을 시작하여 능숙하게 연주하며 다양한 빠지족 민요를 익혔다. 그는 약 10곡의 고전 민요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 이는 12개월과 계절에 관한 노래, 12지 동물, 그리고 빠지족의 삶에 대한 민요들이다.

뻐 찐 진 예능인은 빠지족이 고유 문자가 없어 민요 가사와 노래가 구전으로 세대를 넘어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고전 민요를 많이 알고 있는 그녀는 지역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지족의 독특한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저는 SNS를 이용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단쫀을 들고 노래하면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합니다. 춤을 좋아하는 분들은 단쫀 소리에 맞춰 함께 춤추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