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인준을 통과하면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 된다. 유로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자리에도 여성인 크리스틴 라가르드(63)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정됐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새로 꾸려질 EU 지도부 네 자리 가운데 2곳이 여성에게 돌아갔다. EU 정상회의가 끝난 2일(현지시간) 인선 결과 발표 회견에서 투스크 상임의장은 “완벽한 양성 균형이라 기쁘다"면서 ‘여성의 유럽'이라는 표현을 썼다.
폰 데어 라이엔은 2013년 독일에서 최초로 여성 국방부 장관에 오른 장수 장관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13살 때 부모와 독일로 이주했다. 런던 정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노버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산부인과 의사를 거쳐 2005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발탁돼 중도보수 기독민주당에 들어가 정계에 입문했다. 아버지가 니더작센주 총리를 지냈다. 2005년 기족여성청년부 장관에, 2009년 노동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메르켈 총리 재임 동안 줄곧 내각에 참여한 측근이다.
자녀가 7명이다. 독일의 출산율이 1.59명인데 비하면 ‘다산의 여왕'이라 불릴 만 하다. 관련 분야 장관을 거치며 저출산 문제에 집중해 남성의 2개월 유급 육아 휴직 제도 등을 도입했다. 중도보수 정당 소속이면서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할당제와 최저임금제 등 중도진보 사회민주당의 정책을 수용했다.
메르켈 총리의 후계 군으로 꼽혔으나 2017년 총선을 거치며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BBC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독일군에 운용이 가능한 잠수함과 대형 수송기가 한 대도 없었다는 보고서가 지난해 공개되면서 군 장비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에는 군사 훈련 중 전투기 두 대가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부적절한 국방비 지출 문제가 불거져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달 중 유럽의회에서 과반 찬성을 받아 인준되면 오는 11월 1일부터 집행위원장직을 수행한다.
[뉴스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