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하이 민족 생태 고상가옥(베트남어: nhà sàn, 냐산) 보존구역은 타이응우옌성 타이응우옌시 틴득(Thịnh Đức)면 미하오(Mỹ Hào) 마을 끄엉(Cường) 지역에 위치하며 약 25헥타르(약 75,625 평)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따이(Tày)족, 눙(Nùng)족, 까오란(Cao Lan)족, 산찌(Sán Chỉ)족, 비엣(Việt)족 등 다양한 민족이 함께 거주하고 있으며, 30가구 200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중 따이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많은 가정이 3~4세대가 함께 모여 살아가며, 공동체 중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타이하이(Thái Hải) 마을의 평화로운 아름다움 (사진: 타이하이 마을 제공) |
약 20년 전 ‘혁명 안전 기지(An toàn khu, 약자: ATK)’로 불리는 딘호아(Định Hóa) 지역에서 따이족 출신의 응우옌 티 타인 하이(Nguyễn Thị Thanh Hải) 씨는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결단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담보로 하여 고대 고상 가옥 30채를 매입한 후 이를 미하오 마을로 옮겨왔다. 약 7년에 걸쳐 마을 주민들은 나무 기둥과 기와를 하나하나 등에 지고 60km에 이르는 험난한 산길을 넘어, 지금의 마을 터로 운반하였다. 타이하이 마을 레 티 응아(Lê Thị Nga) 부촌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응우옌 티 타인 하이 촌장님께서 이곳에 오셨을 때 이 땅을 매입하고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고상 가옥들이 이곳으로 옮겨져 따이족의 문화를 지키기 위한 공간으로 재건되었습니다.”
2003년 말 28채의 전통 가옥이 완공되었고 음양오행 사상을 바탕으로 한 견고한 목조 구조와 야자잎 지붕을 갖춘 가옥들이 새로운 터전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초기에는 생계가 어려웠으나 주민들은 함께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생계를 유지했고 공동체의 단결을 바탕으로 타이하이 마을은 점차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을로 거듭났다. 특히 이처럼 외지고 황폐했던 지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범적인 관광 마을로 성장한 것은 더욱 특별한 성과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수공예품을 소개하는 마을 주민들 (사진: 타이하이 마을) |
타이하이 마을은 발전과 동시에 민족 문화를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형문화는 고상 가옥과 생활 도구, 가구 등을 통해 복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 방앗간, 수력 절구통, 대나무 저장함, 전통 우물 등은 모두 전통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야자잎 지붕 아래에서는 무형문화가 가족의 일상 속에서 전승되고 있다.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동시에 자민족 언어와 함께 ‘탠(Then)’ 민요, ‘단띤(Đàn tính)’ 악기 연주, ‘냄꼰(Ném còn)’ 민속놀이 등을 배운다. 또한 전통 음식과 정신문화 그리고 민간 의례는 꼼꼼히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질 수 있도록 보존되고 있다.
타이하이 마을은 공동체의 전통 생활 방식과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통 직업 기반 공간을 조성하였다. 마을 내에는 녹차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차의 집’, 약초를 보존하고 채취하여 주민과 방문객에게 약효가 있는 약초를 제공하는 ‘약의 집’, 전통 방식으로 발효시켜 증류하는 잎누룩 술을 만드는 ‘술의 집’, 바인쯩(bánh chưng), 바인가이(bánh gai), 째람(chè lam) 등과 같은 베트남 전통 음식, 떡을 만드는 ‘떡의 집’, 그리고 생활용품 및 기념품으로 사용되는 대나무와 갈대를 이용한 수공예품을 제작하는 ‘죽공예의 집’ 등이 마련되어 있다. 타이하이 마을 주민인 레 티 하오(Lê Thị Hảo)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비엣족 출신이라 처음에는 죽공예를 전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살게 되면서 따이족 어르신들께 하나하나 배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 아이들과 손주들에게도 이 기술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을의 전통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2014년 타이하이 마을은 타이응우옌성의 공식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개인 중심의 운영 모델을 따르고 있는 반면 타이하이 마을은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눈다’는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오늘날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개인의 재산을 따로 관리하지 않으며, 생산·농업·관광 등 다양한 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을 마을 공동 기금에 모아 함께 사용한다. 일상적인 식사는 물론 자녀의 교육비 등 모든 생활비 또한 마을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세계관광기구로부터 ‘세계 최고의 관광 마을’ 인증을 받는 타이하이 마을 관계자(사진: 타이하이 마을) |
타이하이 마을의 레 티 응아 부촌장에 따르면 마을은 처음부터 관광을 상업화의 수단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며, 본질적으로는 민족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타이하이를 찾는 방문객들은 단순한 휴양이 아닌 이곳 주민들의 생활방식 자체를 체험하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마을에는 고급 호텔이나 현대식 숙박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전통적인 고상가옥에서 숙박하며 소박한 식사를 함께 나누고 따뜻한 공동체의 정을 경험하게 된다. 마을은 문화 체험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황금다리, 은빛다리, 따이족 설날 체험 공간, 약초 족욕 서비스 등이 있으며, 롱똥(Lồng tồng, ‘밭으로 간다’ 연초에 거행된 전통 의례) 축제, 감사제, 무(Mụ, 婆媒, 출생을 담당하는 신)신제 등 전통 축제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특히, 타이하이 마을은 100가지가 넘는 전통 요리를 자랑하는데 대표적으로는 커우뉵(khâu nhục, 扣肉), 돼지고기 장조림, 물소고기 구이, 잉어 매실조림, 야생 바나나꽃 무침, 오색 찹쌀밥 등이 있다.
“기성세대가 마을을 개척하고 세운 공로가 있다면 후세는 그 정신을 이어받아 민족 문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를 계승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저희는 문화적 소양을 끊임없이 연마하여 이를 방문객들에게 널리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는 언제나 자발적인 ‘문화 관광의 홍보대사’가 되어 민족 문화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사람의 따뜻한 마음, 자연의 평온함, 그리고 뿌리 깊은 전통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타이하이 마을을 타이응우옌을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광지로 만들었다. 특히 2022년, 세계관광기구로부터 ‘세계 최고의 관광 마을’로 선정된 이후 국내외 관광객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